10년 만에 돌아온 대구 농구…기대 우려 교차한 가스공사 개막전

10년 만에 돌아온 대구 농구…기대 우려 교차한 가스공사 개막전

링크온 0 431 2021.10.10 17:55
가스공사 선수들 기다리는 팬들
가스공사 선수들 기다리는 팬들

[대구=연합뉴스]

(대구=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대구 농구팬들은 10년 만에 안방으로 돌아온 프로농구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10일 대구체육관에서는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안양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창단 첫 홈 경기가 펼쳐졌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모기업이 구단 운영을 접은 인천 전자랜드를 한국가스공사가 인수하며 대구를 새 연고지로 삼았다.

대구 농구팬들에게 이날 경기는 안방에서 열린 10년 만의 프로농구 경기다.

고양 오리온이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부터 2010-2011시즌까지 과거 대구실내체육관에서 대구 오리온이라는 이름으로 뛴 바 있다.

티켓이 사전 예매로만 판매된 가운데 대구 농구팬들은 예매해 둔 표를 받기 위해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매표소 앞에 길게 줄을 섰다.

가스공사 구단은 지난 8일 오전 11시 인터넷을 통해 티켓을 판매했는데, 1분 만에 티켓 700여장이 매진됐다.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체육관 전체 좌석의 20% 정도만 관중을 받았다.

한 번 팀을 떠나보낸 기억이 있는 대구 팬들은 이번에는 가스공사와 영원히 짜릿한 사랑을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남매와 포즈 취하는 가스공사 팬 강경덕씨
남매와 포즈 취하는 가스공사 팬 강경덕씨

[대구=연합뉴스]

아직 가스공사 유니폼을 구하지 못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는 강경덕(40)씨는 "32연패를 견디고 우승의 영광도 맛보면서 훈련장까지 따라다니는 '팬질'을 했던 오리온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면서 "10년 만에 다시 '내 팀'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가스공사가 고맙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홈이었던 인천에서 응원을 온 팬들도 있었다.

예전 홈구장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근처에 산다는 이유병(51)씨는 "신인 때부터 봐 온 정영삼 선수와 농구를 더 깊게 사랑하게 해준 구단을 버릴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 주말마다 가스공사 경기를 보러 다니려고 한다. 이제 전국이 내 홈구장이다"라며 웃었다.

선수단만 이어받았을 뿐 프런트는 고용 승계하지 않아 행정적으로는 완전히 '신생 구단'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었다.

체육관 주차장이 워낙 좁아 경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뒤편 주차장이 꽉 찼다. 체육관 앞 주차장은 구단, 대구시 관계자들에게 배정됐다.

이 때문에 멀리서 차를 몰고 온 팬들과 구단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부 팬들은 가스공사가 새 체육관이나,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경산체육관이 아닌 대구실내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쓰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971년에 지어진 대구체육관은 오리온이 홈으로 쓰던 시절에도 시설이 매우 낙후한 축에 들었다.

폭우가 내리면 지붕에 물이 새 빗물이 코트에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

주차 문제 두고 구단 프런트에게 항의하는 팬들
주차 문제 두고 구단 프런트에게 항의하는 팬들

[대구=연합뉴스]

가스공사는 대구시 협조를 얻어 코트 샌딩 등 체육관 보수 작업을 했지만, 천장과 지붕은 아직 보수하지 못한 상태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코트 다음으로 오래 머무는 라커룸도 매우 낙후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김모씨는 "광역시의 프로구단이 이런 경기장에서 시즌을 치르는 것은 대구 시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경덕 씨는 "워낙 오래된 경기장이어서 아무리 보수해봤자 호박에 줄 긋는 격"이라면서 "대구시와 가스공사가 머리를 맞대 더 나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병득 구단 홍보팀장은 "사실상 신생구단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대구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가스공사는 프로농구단에 전사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도훈 가스공사 감독은 홈 개막전에 앞서 "우리뿐 아니라 10개 구단 모두 각자 여러 상황이 많다"면서 "(환경을 탓하기보다) 빨리 가스공사가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도록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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