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물론 속상하긴 합니다. 선수들과 고민해서 더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에게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치른 '동해안 더비' 패배는 꽤 억울할 법한 결과다.
이날 포항은 전력에서 앞서는 K리그1 선두 팀 울산 HD를 상대로 전반까지 선전했다.
왼쪽 풀백인 완델손을 오른쪽 공격수로 배치한 박 감독의 묘수가 제대로 통했다.
완델손의 오른쪽 배치는 크로스가 좋은 울산의 왼쪽 풀백 이명재의 활동 범위를 크게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빠르고, 노련한 데다 공격적인 능력도 출중한 완델손은 포항의 공격에 앞장서기도 하며 왼쪽의 정재희 등과 함께 좋은 장면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포항의 0-2 패배였다.
포항 공격진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여럿 맞이했으나 모두 날려버렸다. 울산의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벽'이 워낙 높기도 했다.
반면에 울산은 고승범, 주민규가 득점 기회를 잘 살리면서 승리했다.
골 결정력에 갈린 승부였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초반부터 준비한 대로 잘했는데, 득점 찬스를 못 살린 게 오늘의 첫 패인이다. 후반전 불필요한 파울을 해 수적 열세에 놓인 것도 패인"이라고 짚었다.
후반에도 의욕적으로 공격하던 포항은 후반 7분 수비수 이규백이 불필요한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박 감독은 "수비수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플레이"였다고 지적하면서도 "이규백은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선수다. 순간적으로 열심히 하려다 보니까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 성장을 위해 한 번은 거쳐야 하는 일이다. 질책하기보다는 이규백을 격려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감독은 포항 선수단의 기량이 우승권의 울산보다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팀으로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선수들에게 고맙다"면서 "다른 것들은 보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의 올 시즌 남은 과제는 코리아컵에서 우승해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다.
코리아컵 결승에서 또 울산을 상대해야 한다.
박 감독은 "만약 수적으로 동등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경기력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울산이 좋은 선수들로 구성돼있고, 우리가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울산에 못 미치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오늘 얻은 것 같다"면서 "코리아컵 결승전 승부 예측은 어려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