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한국야구' SSG 로맥 "외국인 최다홈런 타이틀 아쉬워"

'굿바이 한국야구' SSG 로맥 "외국인 최다홈런 타이틀 아쉬워"

링크온 0 755 2021.11.03 15:51

인천서 고별 기자회견…통산 홈런 155개로 174개 우즈 못 넘어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잊지 못해…사우나 문화도 그리울 듯"

고별 기자회견장에서 답변하는 SSG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
고별 기자회견장에서 답변하는 SSG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

[촬영 임순현]

(인천=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지난 5년 동안의 한국 생활이 야구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서도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36)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지 못한 것이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한 로맥은 "계속 뛸 수 있는 상태면 외국인 선수 최다홈런 기록을 깼으면 좋았을 테지만,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목표를 위해 내년 시즌을 더 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올해 타이론 우즈에 이어 두 번째로 5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세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17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로맥은 5시즌 동안 155개 홈런을 쳐 SSG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타이론 우즈(전 두산 베어스·174개)가 남긴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홈런 기록은 넘지 못했다.

기록에 연연해하지 않는 그가 최다홈런 기록에 유독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야구에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즈 이상의 선수로 한국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서다.

로맥을 설명하는 수식어에 '최장수'가 붙는 것은 그가 단순히 여느 외국인 선수와 달리 오랜 시간 한국 생활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보다 한국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한국 선수들과 동화된 그는 때로는 친형처럼 후배들을 다독이면서도, 필요할 때는 엄격한 고참 선배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아쉬운 도전을 멈추면서 후배 선수들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로맥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경기 중에는 열심히 하되 과정에 집중하고 본인이 결정할 수 없는 결과는 놓아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답지 않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한국 선후배 문화를 습득한 모습으로 유명한 외국인 선수답게 후배 선수들에 팀을 우선시하라는 묵직한 조언도 남겼다.

로맥은 "개인 목표보다는 팀에 헌신하면 자연스럽게 개인 성적도 따라오고 그 결과 팀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SSG에 입단할 외국인 후배 선수에게도 한국야구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노하우'를 전했다.

로맥은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함과 진정성을 가지는 것이 좋다"며 "한국문화에 감사해하고 팀원들에게 감사해하면 자연스럽게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시즌 동안 중심 타자로 맹활약하면서 잊지 못할 경험이 많았다며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리기도 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는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꼽았다.

로맥은 "1점 차로 이기는 상황에서 9회말 김광현이 불펜에서 뛰어나올 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랬다. 김광현이 몸을 풀고 있는 줄을 몰랐다"면서 "동료들과 10개월의 대장정을 열심히 보내 우승까지 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2019년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인천상륙작전 맥아더 장군'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로 '로맥아더'라는 별명을 얻게 된 속사정도 고백했다.

로맥은 "사실 구단 홍보팀에서 하라고 강요해서 (마지못해) 하게 됐는데, 팬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고 지금은 오히려 강요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왼쪽부터) 장남 내쉬 로맥 - 제이미 로맥
(왼쪽부터) 장남 내쉬 로맥 - 제이미 로맥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맥은 도전을 멈춘 대신 고향 캐나다로 돌아가면 가족과 함께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족을 보살필 수 있는 남편 역할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선수 시절과 달리 여행을 덜 할 수 있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도자나 야구 행정가에 대한 도전도 가족을 위해 잠시 내려놓을 생각이다. 대신 언젠가는 반드시 야구계에 복귀한다는 각오다.

로맥은 "야구가 인생이었고 아직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다"면서 "다음 야구 세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일깨워준 한국에 와서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는 로맥은 특히 한국에서 틈틈이 즐긴 사우나 문화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우나가 엄청 그리울 것 같지만 인간의 습관의 동물이니 이제는 그 습관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며 "하긴 아이들 쫓아다니고 기저귀 가느라 사우나는커녕 샤워도 제대로 못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로맥은 끝으로 "경기장에 걸려있는 내 유니폼과 팬들의 선물, 편지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감사하고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사하다. 평생 이 감사함을 간직하겠다"며 팬들에게 고별인사를 전했다.

올 시즌 막판 목 디스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로맥은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돌아가지 않고 선수단과 동행했다.

지난달 30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선 더그아웃 뒤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 야구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팀과 팬들에게 헌신하는 모습과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친근한 이미지로 야구팬에게 감동을 줬던 로맥은 6일 그리운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돌아간다.

최정의 축하받는 로맥
최정의 축하받는 로맥

(서울=연합뉴스) 은퇴를 선언한 SSG 랜더스 제이미 로맥(오른쪽)이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kt wiz전을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최정과 포옹하고 있다.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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