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지난해 세계 각국 프로 골프 선수들은 반실업 상태에 빠졌다.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많은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대회 상금 수입의 반 토막은 예사였다.
그러나 투어마다 온도 차가 있었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11개 대회를 취소했다. 14개 대회는 시기를 늦춰 열었다. PGA투어는 총 40개가 넘는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무려 19개 대회를 치르지 못했다. 절반이 넘는 대회가 취소됐다.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와 아시안프로골프투어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유럽투어는 30개가 넘는 대회를 열지 못했다. 절반이 훨씬 넘는 대회가 사라졌다.
아시안투어는 4개 대회 밖에 치르지 못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이렇게 달랐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가 간 이동 제한이 결정적이었다.
미국 땅에서 대부분 대회가 열리는 PGA투어와 달리 LPGA투어는 미국 밖 대회가 절반에 육박한다. LPGA투어는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치르려던 대회를 하나도 못 열었다.
유럽투어와 아시안투어는 투어 대회 개최 지역이 광범위하다. 유럽투어는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치르는 대회가 절반이 넘는다.
아시안투어는 아예 아시아 각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의 연합체나 다름없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자 대회를 여러 나라에서 개최하는 투어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더 심하게 받았다.
다만 올해 PGA투어는 작년과 달리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취소된 대회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LPGA투어와 유럽투어, 그리고 아시안투어는 여전히 회복이 더뎠다.
LPGA투어와 유럽투어는 특히 아시아 지역 대회를 거의 열지 못했다. 아시안투어는 아예 작년 3월 말레이시아 오픈 이후 20개월 동안 대회가 중단됐다.
이들 투어에 가장 위협적인 건 선수나 관계자 확진보다는 국가 간 이동 제한이라는 얘기다.
유럽투어가 이름을 바꾼 DP 월드 투어 2021-2022 시즌 개막전 조버그 오픈의 파행 운영은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일깨웠다.
남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하자 영국과 유럽 연합은 서둘러 남아프리카에서 오는 항공편을 금지했다.
영국과 유럽연합 국가 선수들은 자칫하면 집에 돌아갈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우려에 1라운드를 마치고선 무더기 기권하고 짐을 쌌다.
대회 조직위는 대회를 54홀로 축소했다. 악천후까지 겹쳐 대회는 36홀로 우승자를 가렸다.
개막전을 망친 DP 월드 투어는 다음 달 남아공에서 열려던 알프레드 던힐 챔핀언십은 일찌감치 취소했다. 십수 년 동안 관계를 이어온 남아공오픈은 DP 월드 투어에서 뺐다.
문제는 세계 각국은 앞다퉈 국경을 닫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재빨리 국경을 봉쇄했다. 모든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이런 국경 봉쇄는 확산할 조짐이다.
게다가 '위드 코로나'로 외려 코로나19의 확산이 심해지자 유럽 각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새로 출범한 DP 월드 투어와 기사회생하려는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시즌을 끝내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LPGA투어에도 악재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도약과 전환을 꾀하려면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