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위기에 찾아온 조영욱의 '커리어 하이'…"아직 멀었어요"

서울의 위기에 찾아온 조영욱의 '커리어 하이'…"아직 멀었어요"

링크온 0 1,940 2021.10.08 08:01

8월 말부터 5골 몰아넣으며 반등 해결사로…"더 많은 골로 팬들 기쁘게 할 것"

조영욱
조영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요즘에서야 좀 웃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공격수 조영욱(22)이 프로 4년 차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조영욱은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5골 1도움을 올렸다.

시즌 30경기에 출전한 주전급 공격수의 공격 포인트라기에 그리 많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조영욱에겐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고려대에 다니다 2018년 프로 데뷔한 조영욱은 첫해부터 리그 30경기에 출전하며 '서울의 미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선수다.

20세 이하(U-20) 대표로 46경기 21골, U-23 대표로는 20경기 7득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또래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는데, 서울에선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8년 K리그1 정규리그에서 3골 2도움, 2019년엔 2골 1도움, 지난 시즌엔 20경기에서 3골 1도움이 전부였다.

올해도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도록 잠잠했는데, 8월 25일 울산 현대와의 27라운드에서야 첫 골을 신고하더니 한 달 만에 5골을 몰아넣어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5일 전북 현대, 12일 성남FC, 19일 수원FC를 상대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고, 지난달 26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선 결승 골을 넣고 페널티킥도 유도해 2-0 완승의 주역이 됐다.

슈퍼매치 이후엔 데뷔 첫 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3일 대구FC와의 33라운드에선 22세 7개월 28일에 K리그1 통산 100번째 경기에 출전,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는 등 뜻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9월 26일 슈퍼매치 때 골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는 조영욱(왼쪽에서 네 번째)
9월 26일 슈퍼매치 때 골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는 조영욱(왼쪽에서 네 번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일 전화로 만난 조영욱은 "한 골이 들어가고 나니 확실히 자신감이 붙어서 계속 슈팅을 시도하게 되고 생각대로 잘 되고 있다. 형들, 코치님들과 슈팅 훈련도 더 하다 보니 찬스에서 한결 쉽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욱이 시즌 첫 골을 넣었을 때 최하위에 머물던 서울은 지난달 초 박진섭 전 감독이 물러나고 안익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5경기 무패(2승 3무)를 달려 9위(승점 34)까지 올라섰다.

시즌 내내 이어진 팀의 부진에 마음고생이 적잖았다고 털어놓은 조영욱은 이런 반등 흐름을 주도하고서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 드디어 '포텐셜'이 터졌다는 주위의 평가에도 손사래를 친다.

그는 "골이 늦게 터진 게 사실이고, 시즌 5골은 결코 많은 게 아니다. 첫 골이나 연속 골이 나올 때도 '여기서 멈추면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컸다"며 "스스로 다그친 덕분에 지금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영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서귀포 동계훈련 때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목표로 '7골 3도움'을 제시한 적이 있다.

우상으로 여기는 팀 선배 기성용이 주문한 7골에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채운다는 의미에서 3도움을 더했는데, 시즌 중반이 넘도록 거리가 멀어 보이다가 순식간에 근접했다.

그는 "성용이 형이 그동안 밥을 무척 많이 사 주셨는데, 슈퍼매치를 마치고 '이제 슬슬 밥값 한다'고 해주시더라"면서 "아직 멀었다. 더해야 한다"며 웃었다.

U-20 대표 시절 호흡을 맞췄다가 서울에서 다시 만난 안익수 감독도 그라운드 안팎에서 그에게 힘을 싣고 있다.

9월 12일 성남FC와의 경기에서 골 넣고 안익수 감독과 주먹 인사하는 조영욱
9월 12일 성남FC와의 경기에서 골 넣고 안익수 감독과 주먹 인사하는 조영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영욱은 "감독님이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도쿄올림픽 못 갔으니 A대표팀 가야 하지 않겠냐', '라운드 MVP만 하고 끝낼 거냐'며 제가 정신 놓을 틈이 없도록 말씀해주신다"고 귀띔했다.

안 감독 부임 이후 서울에 대해 그는 "훈련 분위기가 무척 좋고, 지지 않다 보니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두 감독님의 차이라기보다는, 감독님이 바뀌는 것 자체로 선수들이 팀의 위기를 더욱 실감한 게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지금 위험하니까,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한 발 더 뛰는 원동력이 된 것"이라고 최근 선전 요인을 꼽았다.

무패 행진의 상승 무드 속에 A매치 휴식기를 보내는 서울은 24일 강원FC와의 경기를 준비한다. 이후 이어질 파이널 라운드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조영욱은 "감독님께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기초는 잘 다져진 것 같다'고 하시더라. 1부 잔류는 기본이고, 시즌 끝까지 무패를 이어가고 싶다"며 "올해 팬들이 화도 많이 나셨겠지만, 끝날 때는 팬들에게서 '선수들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며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개인 기록도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최대한 늘려가 볼 참이다.

조영욱은 "이렇게 늦게 골을 보여드려 죄송할 따름이다. 아직 부족하고, 확실히 인정받는 위치로 가려면 더 많은 골과 좋은 경기력이 필요하다"면서 "안일해지지 않고, 더 노력해서 많은 골을 넣어 팬들을 더 기쁘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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