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서남원(54) 전 IBK기업은행 감독이 물었다.
"제가 그렇게 무능하고 나쁜 사람인가요?"
김사니(40) 감독대행과 기업은행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서 감독을 '폭언을 한 나쁜 사람'으로 묘사했다.
구단은 성적 부진뿐 아니라 팀 내 불화의 책임이 서남원 전 감독에게 있다고 봤다.
서남원 감독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업은행에서 경질된 21일부터) 사흘 동안 나에 관해 부정적인 얘기만 들리더라. 허망하게 팀을 떠난 것도 속상한데 나는 정말 무능하고 나쁜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팀이 이렇게 됐으니, 당연히 감독이었던 내 잘못이 있다. 그러나 '잘못된 훈련 방식을 가진 데다 선수 관리까지 못 하는 감독'으로 낙인찍히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4월 기업은행과 계약한 서 감독은 7개월 만에 경질됐다.
기업은행은 21일 "팀 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을 경질한다"고 밝혔다.
주전 세터 조송화는 서 감독에게 불만을 드러내며 두 차례나 팀을 이탈했고, 김사니 코치도 사의를 표하며 팀을 떠났다가 구단의 설득 속에 돌아왔다.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를 징계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시선과 달리, 기업은행은 서남원 전 감독에게 책임을 묻고 팀에서 몰아냈다.
서 전 감독이 경질되자 감독대행으로 승격한 김사니 코치는 처음 팀을 지휘한 23일 흥국생명과의 방문 경기를 앞두고 "조송화의 팀 이탈 후 서 전 감독이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이 있는 상황에서 (네가) 모든 걸 책임지고 나가라고 했다"며 "입에 담지 못할 모욕적인 말과 폭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 전 감독은 "김사니 코치에게 나가라고 한 적이 없다"며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 수준의 폭언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사니 대행은 '선수들 앞에서 자신을 질책한 것'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서 전 감독도 선수 혹은 코치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대답조차 하지 않는 것에 상처를 받았다.
서 전 감독은 "내가 몸담았던 팀이고, 선수·코치와 '잘해보자'고 서로를 격려한 시간도 있었다. 선수·코치와 폭로전이나 진흙탕 싸움을 하고 싶진 않다"고 말하면서도 "팀에 있을 때 내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 팀을 떠난 뒤 (기업은행에서) 나오는 얘기 때문에 더 힘들고 속상하다. 작은 일을 부풀리거나, 없던 일을 만들지는 말아달라"고 바랐다.
그는 보직 해임된 윤재섭 전 단장을 향해서는 고마움을 표했다.
서 전 감독은 "단장과도 사이가 나빴다는 얘기가 들리는 데 아니다"라며 "몇몇 선수들 얘기에 힘을 실어주는 프런트 분위기에서도 윤 단장을 나를 믿어줬다. 윤 단장에게는 죄송하고 고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