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종료] ② 영건 강속구 대결로 시작해 '팀 kt' 환호로 끝난 가을 드라마

[프로야구 종료] ② 영건 강속구 대결로 시작해 '팀 kt' 환호로 끝난 가을 드라마

링크온 0 505 2021.11.19 10:00

11월 1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서 1999년생 안우진과 곽빈 광속구 대결

마지막에 웃은 팀은 신예와 베테랑이 조화 이룬 '팀 kt'

kt 우승, 박경수도 함께
kt 우승, 박경수도 함께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대 두산의 경기.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도중 부상한 박경수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11월 1일에 시작한 프로야구 2021 KBO 포스트시즌은 18일 '막내 구단' kt wiz의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가을 무대에 오른 5개 팀은 18일 동안 짜릿한 드라마를 썼다.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뛰어든 신예도, 몇 번이고 은퇴를 고민했던 베테랑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모든 걸 걸고 싸웠다.

◇ '한국야구의 미래' 우완 파이어볼러들의 강속구 대결

2021년 포스트시즌 첫 페이지는 '1999년생 우완 파이어볼러의 선발 맞대결'이었다.

11월 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은 동갑내기 친구 곽빈(두산 베어스)과 강속구 대결을 펼쳤다.

안우진은 최고 시속 156㎞의 빠른 공을 던지며 6⅓이닝을 4피안타 2실점 9탈삼진으로 막았다. 곽빈도 최고 시속 153㎞의 강속구로 4⅔이닝 동안 2안타와 볼넷 3개만 내주고 1실점 했다.

KBO리그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투구였다.

이미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올라선 정규시즌 타격왕 이정후(키움)는 큰 경기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정규시즌 5위 키움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패해 가을 무대에서 퇴장했지만, 이정후는 2경기에서 9타수 5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마지막까지 두산을 위협했다.

하지만 홍원기 키움 감독이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승부수로 택한 '불펜 한현희'는 2⅓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 5실점 하며 무너졌다.

홍 감독이 4번 타자로 기용한 박병호도 2차전에서 병살타를 치고 삼진을 당하며 고개를 떨궜다.

두산 베어스 영건 곽빈
두산 베어스 영건 곽빈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가을 사나이' 정수빈 공수 맹활약…김현수는 또 가을 징크스에 발목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는 케이시 켈리(LG 트윈스)의 역투가 돋보였다.

켈리는 5일 두산과의 준PO 2차전에서 5⅔이닝 5피안타 1실점(비자책) 하며 '포스트시즌 켈리 등판=LG 승리' 공식을 이어갔다.

케이시 켈리의 아버지 팻 켈리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A 루이빌 배츠 감독이 잠실구장 관중석에서 LG 팬과 어울려 아들 켈리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이번 가을 무대를 수놓은 명장면 중 하나였다.

하지만 LG의 준PO 3차전 선발 임찬규는 2⅓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LG 주장 김현수도 14타수 2안타로 침묵하며 포스트시즌에 유독 약한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준PO의 진짜 주인공은 두산의 가을 사나이 정수빈이었다.

두산 중견수이자 톱타자 정수빈은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고, 타석에서 13타수 6안타 5타점을 올리며 준PO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PO에서 부진했던 삼성 마무리 오승환
PO에서 부진했던 삼성 마무리 오승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아웃 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오승환…이영하·홍건희의 역투

PO는 두산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PO를 뚫은 정규시즌 4위 두산은 충분히 쉰 2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PO를 2경기 만에 끝내며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7년 연속 KS 진출의 대업을 이뤘다.

두산은 같은 해에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PO, PO를 모두 통과한 최초의 팀이 되기도 했다.

PO MVP는 '쿠바에서 온 안타 제조기' 호세 페르난데스가 차지했다.

페르난데스는 PO 2경기에서 9타수 5안타 3타점의 순도 높은 타격으로 팀의 KS행에 공헌했다.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은 단 2경기만 치르고서 가을 무대에서 물러났다.

PO 1차전 9회 2사 후 등판한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홈런 1개 포함 4안타 2실점 했다.

삼성 4번 타자 강민호는 5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오재일도 9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두산 베어스 우완 불펜 이영하
두산 베어스 우완 불펜 이영하

[연합뉴스 자료사진]

두산 우완 불펜 이영하와 홍건희도 빼놓을 수 없는 '2021년 가을 잔치의 주인공'이었다.

이영하는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준PO 3차전, PO 2차전 등 각 시리즈가 끝나는 경기에서 구원승을 거뒀다.

홍건희도 PO 1차전에서 구원승을 거두는 등 이번 가을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이영하와 홍건희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이 거둔 5승 중 4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KS에서는 두 선수 모두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

이영하는 KS 2경기에서 2⅔이닝 5피안타 5실점(3자책) 했다.

홍건희는 3경기 2⅓이닝 동안 실점은 없었지만, 앞선 투수가 남겨 놓은 주자 3명에게 득점을 허용했다.

이영하와 홍건희가 흔들리자, 두산은 KS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두산 타자들은 KS에서 타율 0.211(128타수 27안타)로 부진했다. 특히 양석환은 생애 첫 KS에서 15타수 2안타의 뼈아픈 부진을 겪었다.

포옹하는 강백호-박경수
포옹하는 강백호-박경수

(서울=연합뉴스)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대 두산의 경기.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 강백호와 박경수가 포옹하고 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 '형님' 기다린 kt 후배들…'팀 kt'가 가장 강했다

kt는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신예와 베테랑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2001년생 영건 소형준과 롯데 자이언츠 출신 배제성 등 선발 투수 4명이 모두 승리를 챙겼다.

강백호(12타수 6안타)와 심우준(15타수 6안타) 등 kt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젊은 선수들과 배정대(15타수 4안타 1홈런), 조용호(10타수 2안타 4볼넷) 등 이적생들도 '원팀'이 됐다.

유한준(12타수 2안타 5사사구), 박경수(8타수 2안타 1홈런), 황재균(14타수 4안타 1홈런 5타점) 등 베테랑들은 몸을 내던지며 솔선수범했다. 모든 kt 선수들이 "형들 덕에 더 하나로 뭉쳤다"고 했다.

kt의 우승 세리머니는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줬다.

18일 kt가 KS 우승을 확정한 순간, 전날(17일) 종아리를 크게 다친 박경수는 목발에 의지해 더그아웃에서 KBO리그 최고참 유한준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마운드 근처로 모인 kt 후배들은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고, 박경수와 유한준이 그라운드로 나오길 기다렸다.

박경수는 "더그아웃에서 한준이 형과 포옹한 뒤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선수들이 기다린다. 빨리 그라운드로 나가라'고 말해줬다"며 "정말 후배들이 나와 한준이 형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더라. 감동했다. 눈물이 나올 뻔했다"고 떠올렸다.

유한준과 함께 그라운드 위로 걸어간 박경수는 목발을 집어 던지고, kt 후배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2021시즌 KBO리그가 종료하는 날, 가장 빛난 별은 '팀 kt'였다.

생애 처음 나선 KS에서 MVP에 오른 박경수는 "이 MVP 트로피는 개인 박경수가 아닌, kt를 대표하는 선수 박경수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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