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박병호'…고개 떨군 가을의 영웅, 승부처서 뼈아픈 병살타

'아! 박병호'…고개 떨군 가을의 영웅, 승부처서 뼈아픈 병살타

링크온 0 817 2021.11.02 22:29
아쉬워하는 박병호
아쉬워하는 박병호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2사 2루 키움 박병호가 삼진 아웃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1.11.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키움 히어로즈의 간판타자 박병호(35)는 큰 경기에 강했다.

2019년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비롯해 승부처마다 강렬한 한 방을 날리며 가을잔치의 판도를 뒤바꿨다.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선 7-9로 끌려가던 9회 동점 투런 아치를 그렸고, 2013년 두산 베어스와 준PO 5차전에서도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상대 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공략해 극적인 동점 3점포를 터뜨렸다.

박병호가 타석에 서면 모두가 긴장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을 나타내는 곡선)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타격감이 떨어졌지만, 홍원기 키움 감독은 그의 경험을 높게 평가해 두산과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4번 타순에 배치했다.

박병호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WC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믿음에 부응했다.

그리고 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WC 2차전에서도 4번 타자 임무를 맡았다.

박병호는 이날 경기 승부처마다 공격 기회를 잡았다.

0-4로 뒤진 4회말 김혜성의 내야 안타와 이정후의 우전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 기회에서 타순이 돌아왔다.

앞서 김혜성은 내야 땅볼을 친 뒤 전력 질주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출루에 성공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상태였다.

박병호의 한 방이면 경기 흐름이 키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숨을 죽이며 박병호를 바라봤다.

가을의 사나이, 영웅 박병호는 상대 선발 김민규의 1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뒤 볼 2개를 내리 골랐다.

그리고 시속 139㎞ 직구를 공략해 힘껏 스윙했다.

한가운데 날아온 실투였다.

그동안 박병호와 함께했던 승리의 여신은 이번엔 외면했다.

공은 상대 팀 유격수 김재호 정면으로 굴러갔고,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진 병살타가 됐다.

최악의 결과였다. 영웅은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박병호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키움은 1-9로 크게 뒤진 5회초 2사 만루에서 터진 이정후의 싹쓸이 적시 2루타로 추격에 성공했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박병호는 타석에 들어섰다.

호흡을 가다듬고 상대 팀 세 번째 투수 이영하와 맞붙은 박병호는 공 3개를 내리 커트하며 조준경을 맞췄다.

그러나 박병호는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꽉 찬 슬라이더를 그대로 흘려보내며 루킹 삼진을 당했다.

박병호의 삼진은 키움에 치명타를 날렸다. 키움은 추격의 동력을 잃었고, 경기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두산으로 흘러갔다.

박병호는 4-16으로 크게 뒤진 8회초 무사 1루에서 좌전 안타를 날렸지만, 웃지 못했다.

박병호에게 2021년 가을은 잔인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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